안세영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천위페이를 꺾은 후, 태극마크를 뽐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항저우에서 완벽한 부활을 외쳤다. 김학균 감독이 이끄는 한국 배드민턴 여자대표팀은 1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빈장 체육관에서 열린 중국과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배드민턴 단체전 결승에서 게임스코어 3-0 완승을 거두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3번의 경기에서 단 한 번도 세트를 내주지 않은 완벽한 승리다. 29년 만에 한국의 품으로 돌아온 여자 단체전 금메달이다. 지난 1994년 히로시마 대회에서 ‘전설’ 방수현과 정소영, 길영아, 라경민 등 태극전사들이 인도네시아를 잡고 ‘금빛 스매시’를 날렸다. 긴 세월이 흘러 안세영, 김가은, 김가람, 백하나-이소희, 김소영-공희용이 그간의 갈증을 말끔히 씻어냈다.
안세영이 중국의 천위페이를 꺾고 포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경기 단식부터 ‘에이스’가 미쳐 날뛰었다. 상대전적 열세를 보이던 천위페이(3위)를 만난 랭킹 1위 안세영이 2-0(21-12 21-13) 완승을 빚었다.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상대의 조급함을 유도한 그는 중국 홈팬들의 엄청난 응원 소리를 온데간데 없게 지워냈다. 승부의 분수령은 2경기 복식이었다. 여자복식 랭킹 1위와 2위의 맞대결이었다. 한국의 이소희-백하나 조가 천칭천-자이판 조에게 도전하는 형국이었다. 여기서 태극전사들이 위력을 발휘했다. 경쾌한 스텝과 함께 공수 모두에서 상대 위에 섰다. 열렬한 홈 응원에도 상대가 오히려 조급해지며 범실을 쏟아냈다. 허점을 놓치지 않은 이소희-백하나는 안세영과 마찬가지로 2-0(21-18 21-14) 압승을 팀에 선물했다.
백하나(왼쪽)와 이소희가 결승전 2경기 복식을 승리하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메달까지 마지막 남은 1승. 그 승리를 3경기 단식의 김가은(18위)이 책임졌다. 전날 태국과의 4강에서 팀의 유일한 패배를 기록했던 그는 부담감 속에 코트에 들어섰다. 허빙자오(5위)와의 1세트가 듀스 접전이 펼쳐졌다. 여기서 막판 집중력을 발산해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한국의 무실세트 행진을 이은 김가은은 한껏 흐름을 탔다. 2세트도 그의 놀이터였다. 무서운 연속 득점 행진과 함께 허빙자오를 2-0(23-21 21-17)으로 잡아내면서 29년 만 금메달의 마지막 순간을 장식했다. 한국 셔틀콕의 완벽한 부활이다. 대표팀은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1978년 방콕 대회 이후 40년 만의 ‘노메달’ 수모를 겪어야 했다. 과거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스타들의 시기가 저물며 ‘세대교체’ 과업을 안았다. 미션 성공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결전의 땅’ 항저우에서 산뜻한 금메달을 추가해 최고의 스타트를 끊었다. 상쾌한 출발로 날아오른 김학균호는 2일부터 이어질 개인전 종목에서도 추가 금메달 사냥에 나설 예정이다.